결국 불법 정치자금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대법원 상고심(2010도7947)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면서 취임 7개월 만에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이광재, 민선 5기 제 35대 강원도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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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7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광재 지사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추징금 1억 1417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대목은 이광재 지사의 정치자금법 재판에서 돈을 건넸다는 박연차 전 회장이 자진해 법정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이 지사측도 변론재개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공판중심주의와 채증법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고, 상고이유의 핵심이었는데,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법원이 적법하게 공판의 심리를 종결한 뒤에 피고인이 증인 신청을 했다고 하여 반드시 공판의 심리를 재개해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원심이 제1심에서 이미 증인신문이 이루어진 박연차에 대한 증인신청을 하기 위한 피고인 이광재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경우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박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1심 증언과 다른 내용을 진술해 재판부는 “돈을 건넸다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박연차 진술은 일관되지 못해 믿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 기부한도 초과 후원금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 원을 선고해 이광재 지사와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으며 민주당은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박 의원은 오늘 벌금 80만 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 공소사실 = 이광재 지사는 2004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사돈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고, 또 2006년 2월과 9월에 당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2회에 걸쳐 2만 달러를, 2006년 4월과 8월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회에 걸쳐 미화 10만 달러를, 2008년 3월에는 현금 2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는 2009년 9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지사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억4814만 원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가운데 박연차로부터 강서회관 관련 2만 달러 수수 혐의와 18대 총선 관련 2000만 원 수수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2만 달러, 기업인 박연차로부터 10만 달러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 받았고, 이와 별도로 박연차의 지시를 받은 J씨로부터 2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행위는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를 중대하게 해하는 행위이고, 더구나 피고인은 동종의 범죄전력이 있어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먼저 지원을 요구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기부자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금품에 특별한 대가성은 발견되지 않는 점,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수행한 점, 피고인의 지역구 내 주민들을 비롯해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추징금 1억 1417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박연차, 정대근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 받음으로써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 정치자금법의 입법목적을 훼손했고, 더욱이 과거에도 같은 내용의 범죄로 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다가, 부정하게 기부 받은 정치자금의 액수가 미화 합계 9만 5000 달러에 이르러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받은 정치자금에 대가성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고, 피고인이 먼저 정치자금을 요구한 것이 아닌 점, 피고인이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재선에 이르기까지 약 7년 간 공직에 있으면서 공무와 의정활동을 위해 애쓴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