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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811)... 델타 변이와 돌파감염

가디언이십일 2021. 8. 21. 14:52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코로나전쟁 장기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4단계가 실시되면서 헬스장에서 샤워가 금지되고, 러닝머신은 시속 6km까지 제한되었다. 필자는 매주 3회 월ㆍ수ㆍ금 오후에 1시간 정도 헬스장에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하는데 운동 후 사워를 할 수 없어 보도로 10분 거리인 집에 와서 사워를 해야 하므로 굉장히 불편하다. 공중목욕탕은 거리 두기 4단계에서도 영업을 하는데 헬스장과 골프장에서는 ‘샤워금지’이다. 한편 방역 4단계 한 달이 지난 8월 11일, 확진자 숫자가 2200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올해 5월쯤 집단면역(集團免疫)이 형성될 것이라는 낙관론(樂觀論)을 내났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강한 전파력을 가진 델타 변이바이러스 앞에 “코로나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은 이미 접종률이 50%를 넘었지만 변이바이러스 앞에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이미 서구 선진국들은 방역 전략을 수정하여 백신 접종률 목표를 기존 70%대에서 80-90%대로 상향하고, 접종 의무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9월 초까지 코로나 백신 부스터 샷(booster shot, 3차 접종) 대상과 시기에 관한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이 보도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 백신을 맞은 지 오래되어 효력이 저하된 사람들을 우선순위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바이러스는 돌연변이(突然變異, mutation)를 일으킨다. 돌연변이란 유전자(遺傳子)를 이루는 염기서열의 변화로 유전전보가 변하면서 유전형질이 달라지는 변이현상을 말한다. 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의 세포를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변이가 다양해질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바이러스는 크게 DNA(디옥시리보핵산)형과 RNA(리보핵산)형으로 나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ribonucleic acid)형으로 DNA(deoxyribonucleic acid)형과 견주어 변이가 더 많이 발생한다.

모든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 진화(進化)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고 퍼지면서 바뀐다. 이를 통해 숙주(宿主)세포에 더 숨어들고 들키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뿐 아니라 변화가 거의 없던 내부 단백질(蛋白質)에도 돌연변이가 생겨 이곳을 공략하는 백신이 효과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31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발생 순서에 맞춰 그리스어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방식을 발표했다. 가령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는 ‘알파(α)’,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은 ‘베타(β)’, 브라질발은 ‘감마(γ)’, 인도발은 ‘델타(δ)’로 명명하는 식이다. 페루발 변이는 11번째 알파벳 ‘람다(λ)’라고 이름 붙여졌는데 이는 11번째 주요 변이라서 그렇다.

 

알파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교해 감염력(感染力)이 7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베타 변이는 항체(抗體) 면역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 감마 변이는 알파와 베타 변이 특성을 동시에 보인다. 최근에는 델타 변이가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델타 변이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델타 플러스 변이도 경계 대상이다.

 

델타 변이는 이전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염력과 독성이 강하다. 인체 세포를 뚫고 들어가는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에 9가지 돌연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끝부분의 모양이 바뀌면서 항체 공격을 무력화하며,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인체에 집어넣는 능력도 발전했다. 인체의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능력과 전염력이 강해졌다.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돌연변이가 8개인 알파 감염보다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두 배 높다.

 

백신 예방주사를 맞으면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백혈구(白血球)의 일종인 B세포가 스파이크에 달라붙는 중화항체(中和抗體, neutralizing antibody)를 분비해 바이러스를 꼼짝 못 하게 한다. 이후 다른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먹어치운다. 또한 백신이 만들어내는 백혈구인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해 화근(禍根)을 없앤다.

 

중화항체는 개인적 가변성(individual variability)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많이 생성되고 어떤 사람에겐 적게 만들어진다. 중화항체란 면역체계에 의해 만들어져 바이러스를 비활성화(inactivate the virus)하는 특별한 유형의 보호 단백질(蛋白質)을 말한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영국 보건 당국의 논문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백신 효과는 조금씩 떨어졌다. 화이자 백신은 2회 접종 시 영국발 알파 변이는 93.7%로 막아냈지만, 델타 변이는 88.0%로 효과가 떨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알파 변이에는 74.5% 효과를 보였고, 델타 변이는 67.0%로 떨어졌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백신 접종자 중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는 ‘돌파 감염(突破感染)’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인체에서 더 빨리 증식하기 때문이다. 중국 연구진은 델타 변이 감염자는 몸 안에 바이러스가 이전 감염자보다 1000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이전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자 몸에서는 그 수가 잘 늘어나지 못했다.

 

2021년 전세계 코로나19 주요 변이 바이러스 점유율(전세계에서 확보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유전체 샘플 가운데 각 변이 바이러스 샘플 수 비율)은 지난 2월에는 알파 47%, 베타 5%, 감마 5%, 델타 2%였으나, 7월에는 알파 8%, 베타2%, 감마 1%, 델타 89%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어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델타 변이는 전염력이 이전보다 2배 이상이지만 백신 접종자가 걸리는 돌파감염은 대부분 증상이 약하며, 이를 통해 장차 발생한 새로운 변이에 대한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 경우가 아니라면 돌파감염이 오히려 인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保健大學院)의 마이클 미나 교수는 “부스터 샷(booster shot)이나 델타 변이에 약하게 감염되는 것 모두 앞서 맞은 백신으로 획득한 면역력을 강화시킬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은 면역으로 이겨낼 대상을 늘린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 확산을 막고 역이용까지 하려면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을 기준으로 델타 변이가 일으키는 경미한 증상 방어 확률이 88%, 사망을 포한한 중증 방어 확률이 96% 정도다. 아스타라제네카(AZ)나 얀센 백신의 경증 방어 확률은 60%대로 화이자보다 다소 떨어졌다. 화이자, 1차 접종만 했을 때 경증 방어률은 아스트타제네카 모두 30%대에 머물렸다.

 

세계보건기국(WHO)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동남아 5국(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의 올해 신규 확진자 수(1주일 평균) 증가률은 무려 752.2%에 달했다. 즉 작년 말 1만249명이던 신규 확진자가 올해 7월 말에는 8만7397명으로 폭증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인도는 올해 증가율이 91.9%로 상황이 심각하며 의료 체계가 붕괴되다시피 했다.

 

한편 미국은 올해 7월 말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6만3361명으로 지난해 대비 66.4%가 감소했으며, 영국도 3만2275명으로 24.7% 감소했다. 한편 일본은 5,078명으로 42%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1,595명으로 59.5% 증가했으며, 위중증 환자는 8월 16일 0시 기준 353명으로, 지난달 31일부터 16일째 3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란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을 시행하거나 인공호흡기, 인공심폐장치(에크모ㆍECMO) 등을 사용해 격리 치료 중인 환자이다.

 

동남아에는 값싼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된 나라가 많다. 동남아 최대 수출 기지인 베트남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수십 명에 그치면서 ‘바이러스 청정지대’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 6-7월 확진자가 수천 명대로 급증하더니 최근에는 1만명이 넘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도시 간 이동제한, 공장 근로자 출퇴근 금지 등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봉쇄 조치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Global Value Chain, 글로벌 가치사슬)이 계속 지연돼 부품 및 원자재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 공급 지연 사태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세계 2ㆍ3위 수출국인 중국과 독일에선 지난달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하여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출항해야 할 수출품의 발이 묶였다.

 

확진자 절대 규모가 줄지 않는 한 시간을 두고 위중증, 사망자가 늘 수 있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위중증이 적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병이 있을 경우 중증으로 발전하고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8월 15일 기준 20-40대 사망자는 36명(20대 6명, 30대 11명, 40대 19명)이다. 전문가들은 4차 유행 초기부터 확진자 수가 늘면 젊은층에서도 위중증, 사망자가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데도 좀처럼 확산세가 잡히기 않자 코로나19 대응을 달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는 확진자 수가 줄지 않으니 방역 체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주장이며, 다른 하나는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 위주로 방역 체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

 

영국과 싱가포르가 코로나와 공존(With Corona)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접종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국은 1차접종 69%, 접종완료 59%이며, 싱가포르는 1차 76%, 완료 68% 접종률로 인구의 3분의 2가량이 접종을 마쳤다. 한편 우리나라는 8월 13일 현재 1차접종은 42.8%, 그리고 접종완료는 17.4%에 불과하다. 이러한 접종률에서 위드 코로나 전략으로 갈 경우 확진자가 급증할 위험이 있다.

 

국내에서 최근 3주간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48.0%, 61/5%, 73.1%로 급상승했으며, 1-2주 안에 검출률이 90%이상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델타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5배 세고, 인체에서 바이러스를 최대 1260배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변이 바이러스로 감염 상황이 급변하면서 ‘전 국민 70%(3600만명) 접종으로 집단면역 달성’이란 정부의 목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며,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2차까지 접종을 마치는 시점을 11월에서 10월로 앞당긴 것이다. 국민 70%면 3594만명이며, 8월 15일 기준 1차 접종 2236만명에 접종 완료자는 973만명이다. 이에 하루 100만명을 매일 맞히면 70% 접종에 도달할 수 있다.

 

문제는 18-49세 청ㆍ장년층(2247만명)이 적극적으로 접종 예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18-49세 접종 예약 대상자(기접종자 제외 1576만명) 중 실제 예약을 마친 비율은 60.4%에 불과하다. 이는 60-74세 고령층 예약률(80.7%)보다 크게 떨어지므로 이 같은 추세가 바뀌지 않으면 ‘70% 접종 목표’는 공염불(空念佛)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우리나라 국민 4200만명 정도가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이다. 정부가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하면서 예방 접종이 늦어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코로나19에 걸리더라고 위중증(危重症)으로 발전할 위험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지금은 백신 접종을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COVID-19)의 국내 첫 환자가 2020년 1월 20일에 발생한 이후, 어느덧 1년6개월이 흘렀다. 현재 국내 확진자가 22만8천명, 사망자는 2천100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올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과 4차 대유행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감염병 치료의 최전선에서 수고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끝까지 응원해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811) 202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