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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선생, 사형 52년만에 대법원 무죄 확정

가디언이십일 2011. 2. 2. 08:44

조봉암선생, 사형 52년만에 대법원 무죄 확정
대법원 전원합의 재판부, 재심 열어 간첩ㆍ국가보안법 혐의 무죄     
 
 
헌정사상 ‘사법살인’의 첫 희생자로 꼽히는 죽산(竹山) 조봉암(1898∼1959) 선생이 1959년 사형 집행 52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 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고 1959년 7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죽산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


 

 
죽산 조봉암 선생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로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죽산 조봉암 선생은 광복 이후 초대 농림부장관으로서 농지개혁의 기틀을 마련해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제헌국회의 국회의원, 제2대 국회의원과 국회 부의장을 역임했으며, 1952년과 1956년 제2,3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는데,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접전 끝에 낙선했었다.
 

이후 죽산선생은 평화통일을 정강정책으로 하는 진보당을 결성했는데, 당시 이승만 정권은 “진보당을 결성함에 있어 북한과 호응하고 밀사를 파견해 북한이 지령하는 목적사항을 협의 내지 실천했다”는 국가보안법과 간첩 등의 혐의로 몰아 구속했었다.


1958년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죽산선생의 혐의 중 일부 무죄로 판단했으나 결국 일부분 유죄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고 당시 재판장인 유병진 부장판사(1914∼1966)는 이후 법관 연임에서 탈락해 변호사로 활동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소심인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경합범으로 처리해 사형을 선고했고 1959년 7월 집행되고야 말았다.


당시 사형의 이유로 죽산선생이 진보당을 결성할 당시는 물론 결당을 추진하던 도중에 북한의 지령을 받고 북한과 합작해 평화통일의 구호 아래 대한민국을 변란한 목적으로 진보당을 구성해 그 수괴인 중앙위원장에 취임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고, 물론 간첩죄도 포함됐다.


이후 오랜세월이 지난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을 이승만 정권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저지른 조작사건으로 결론내린 뒤 재심 권고를 결정했으며 재심 청구는 이듬해 죽산의 장녀 조호정씨가 냈다.

 

 

지난해 11월 공개변론을 열기도 한 이 사건은 법률심인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심리해 선고한 사안이어서, 재심 판단도 하급심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이 맡았다.


재심 사유에 대해 대법원은 “죽산이 군부대에서 간첩 활동을 하거나 군인ㆍ군속이 아닌 일반인임에도 수사권 없는 육군특무부대가 입건해 조사한 행위는 헌병과 국군정보기관의 수사한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구 형법의 타인의 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하고 이들 범죄는 모두 형사소송법의 사법경찰관의 직무에 관한 죄에 해당해 직권을 남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재판부는 진보당의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진보당의 강령정책에 의하면, 진보당은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ㆍ수정하려고 했을 뿐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형태에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했을 뿐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진보당은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 및 경제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진보당의 결성이 북한에 부수해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의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이라고 볼 아무런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또한 그 평화통일론이 당시의 북진통일론에 배치된다고 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거나 또는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주창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진보당과 관련한 국가보안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 진보당과 관련한 국가보안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한 다음 "이 사건 재심에서 피고인(조봉암)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이 무죄로 밝혀졌으므로 이제 뒤늦게나마 재심판결로서 그 잘못을 바로잡혔다.”고 의의를 강조했다.

 

 

정창곤 기자 oldp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