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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담보대출에 퇴직금까지 전재산 맡기는 신탁상품 나온다

가디언이십일 2017. 1. 19. 06:38



금융위 신탁업법 제정해 신탁업 전면개편..생전신탁 세제혜택 부여 검토..불특정금전신탁은 불허 




앞으로 보유 아파트나 퇴직금은 물론 부채인 주택담보대출까지 전 재산을 맡기고 수익을 돌려받는 신탁상품이 나온다. 유언대용신탁에 재산을 맡기면 생전에는 본인에게, 사후엔 자녀와 배우자 등 상속인에게 수익이 배분되고 세금 혜택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융개혁 5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신탁업제도 전면 개편안을 12일 발표했다. '신탁'은 '재산을 믿고 맡긴다'는 의미로 원래는 노후재산관리, 증여나 상속, 기업자산관리 등 다양하게 활용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본시장법에 포함돼 있다 보니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제한적으로 운용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수탁액은 710조4000억원으로 2015년 말 601억2000만원 대비 100억원 이상 급증했으나 '종합자산관리'라기보다 금융회사의 특정금전신탁(263조원) 등에 편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은행과 증권 등 겸영 금융회사 위주로 금전신탁에 지나치게 쏠려 있어 고령화 시대에 맞지 않다"며 "새로운 신탁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탁업법을 별도법으로 제정해 새로운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 일상화된 생전신탁(유언대용신탁), 유언신탁, 유동화신탁 등 다양한 신탁상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재산을 맡기면 생전에는 본인을 위해, 사후에는 배우자나 자녀 등 지정된 사람을 위해 자산이 관리·운용되고 수익이 배분된다.

 

국내에선 일부 금융회사가 유언대용신탁을 판매하지만 절세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데다 맡길 수 있는 재산이 제한적이어서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국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전재산을 맡기면 10%의 세금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본인 재산을 생전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 반면 일본은 세제혜택을 따로 주진 않는다. 김진홍 금융위 은행과장은 "신탁에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 법무부, 세제당국 등과 실무적인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탁에 맡기는 재산범위도 훨씬 넓어진다. 보유 아파트나 상가 등 부동산과 함께 퇴직금, 영업권, 담보권 등도 맡길 수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처럼 자산이 결합된 부채도 신탁재산에 포함된다. 전재산을 맡긴 뒤 나오는 수익 중 일부는 대출을 갚는데 쓰고 일부는 매달 생활비용으로 지급받는 식으로 자산의 종합관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보험청구권도 신탁재산에 포함된다. 사망보험금이 보장되는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보험금청구권을 신탁하면 사후에 미성년 자녀나 장애인 가족 등에게 사망보험금이 미리 정한 방식에 따라 지급된다. 생활비로 지급하다 목돈이 필요한 나이에 일시 지급하는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전문성 있는 신탁업자 출현을 위해 진입장벽은 낮아진다. 신탁업자가 되려면 현재 종합신탁의 경우 자기자본 250억원, 금전신탁은 130억원, 부동산신탁은 100억원 이상 보유해야 한다. 앞으로는 수탁재산별로 인가하지 않고 관리, 처분, 운용 등 기능별로 인가를 내주고 자기자본 등 진입규제도 낮추기로 했다.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위해 신탁회사가 전문성을 갖춘 다른 신탁회사에 재신탁하는 것도 일부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상속세제나 법률자문에 강점이 있는 로펌(법무법인), 치매요양신탁 등에 전문성 있는 의료법인, 각종 유동화 전문법인 등도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에는 신탁상품 광고가 금지됐으나 장기 재산관리신탁상품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줄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까지 신탁업법을 마련해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올 상반기 신탁업 개편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권 기대에는 못 미친다. 연내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금융회사들은 난색을 표했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는 '불특정금전신탁' 허용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은행권 실망이 크다. 어디에 투자할지 미리 특정하지 않고 신탁회사가 돈을 맡아 알아서 투자하는 상품인 불특정금전신탁은 2004년부터 신규 판매가 금지돼 은행권에서 강력하게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다.